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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프리다이빙’ 을 해보자는 용기를 냈어

  

우리는 23년 1월 필리핀으로 여행 오기 전까지 간간이 동네 문화 체육센터에서 운영하는 수영 강좌를 듣고 있었어. 필리핀에 놀러 가자는 계획을 세우고, 거북이가 너무 많아 개북이라고 부를 정도라는 ‘모알보알’이라는 곳에 가겠다는 게 우리의 계획이 전부였던 그때, 우리는 거북이를 더 가까이서 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세부의 한 다이빙샵의 프리다이빙 코스를 결제해 버린 거야. 계획 없는 둘이 모이면 언제나 이렇게 되기 마련이지. 어영부영 시작한 프리다이빙을 이렇게 본격적으로 하게 될 줄은 우리도 몰랐으니까 말이야. 역시 모르는 세계에 발을 들여야 새로운 세상으로 나갈 수 있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 우리의 세상이 이렇게 넓어지게 될 줄이야. 우리는 그렇게 무모히 프리다이빙을 하기 위해 필리핀의 세부로 떠났어.

  

처음 프리다이빙을 배웠을 때를 떠올려보니 ‘ㄱ’조차 모르는 아기가 한글부터 배우는 느낌이었달까? 마스크와 스노클, 그리고 오리발만 있을 뿐이지 수영이랑 뭐가 다를까 싶었는데 글쎄 숨 쉬는 법부터 발차는 법까지 모든 걸 새롭게 배워야만 했어. 하지만 배우면서 알게 된 프리다이빙의 매력은 실력보다는 마음의 평화가 중요하다는 것. 프리다이빙은 기기를 이용하여 물속에서도 숨을 쉴 수 있는 스쿠버다이빙과는 달리 숨을 참을 수 있을 때까지만 물속에 있다가 올라오는 스포츠야. 숨을 참는 시간이 길면 길 수록 더 깊은 세상을 더 오래 유영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지. 그렇기에 수영을 잘하는 것 보다는 숨을 잘 조절 할 줄 알아야 하는 스포츠였던 거야. 게다가 숨을 참는 건 그냥 별다른 기술이 없을 것 같지만 생각보다 프리다이빙에서 숨을 조절하는 건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어.

혹시 그거 알아? 우리가 숨이 차다고 느끼는 건 몸속의 산소포화도가 줄어들어서가 아니라 이산화 탄소의 포화도가 올라가서 뇌가 위험을 감지하고 숨을 쉬라고 명령을 내려서래. 프리다이빙은 이 시간을 스스로 훈련하며 1초, 2초 조금씩 나의 시간을 늘려나가야 해. 첫 프리다이빙 시간에 나와 남편이 요가 매트를 펴고 나란히 누워 처음 숨을 참았을 때 우리의 기록은 ‘1분 30초’였어. 방법을 터득한 지금 나의 최종 기록은 ‘3분 10초’. 그 사이 나의 폐의 크기가 2배가 된 건 아닐 테니 훈련과 연습이 효과가 있었다는 거겠지. 우리는 그렇게 배운 프리다이빙으로 거북이와 정어리 떼를 원 없이 보고 왔어. 그리고 그때의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실력을 더 늘리기 위해 한국에서도 고군분투하기 시작했지.

  

  수영장은 대체로 깊이가 깊지 않지만 수도권에는 현재 총 3개의 깊은 풀을 가진 수영장이 있어. ‘Deep Pool’이라고 부르는데 가평의 K26, 용인의 딥스테이션 그리고 가장 최근에 오픈한 시흥의 파라다이브. 우리는 그나마 가장 가까운 딥스테이션을 자주 갔는데, 차 없는 뚜벅이인 우리가 풀장을 가려면 차를 렌트해서 가야만 했어. 풀장비도 저렴하지 않은데 렌트비까지 필요하다 보니 갑자기 장비가 많이 필요하지 않은 게 장점이었던 프리다이빙이 갑자기 고급 취미가 되어버린 거야. 여전히 변함없이 대책이 없는 우리는 첫 장비로 중고차를 구매해 버린 거지. 우리들 사이에서 이런 농담도 해. 프리다이빙의 가장 비싼 장비는 ‘차(car)’라고. 아무래도 프리다이빙은 물속으로 깊이 들어가야 하기떄문에 일반 수영장에서는 연습이 어려웠고, 깊은 풀을 가진 수영장은 위에 언급한 세 군데뿐인데 뿐인데 모두 교통편이 여간 불편했거든. 그렇게 우리의 본격적인 프리다이빙 여정이 시작되었어. 요리사였던 남편은 보통은 주 6일 근무이고 격주로 주 5일 근무를 하는데, 남편이 시간만 낼 수 있다면 나는 연차라도 쓰며 함께 프리다이빙을 하러 나섰어. 8시 수업을 듣기 위해서는 새벽 6시에 일어나야 했는데, 일하기 위해 일어나는 6시와 딥스테이션에 가기 위해 일어나는 6시는 왜 이렇게 다른지 프리다이빙하러 가는 날은 우리 둘 다 눈이 번쩍 떠졌으니 우리는 프리다이빙을 여간 좋아한 게 아니었나 봐.

  

생각해 보니 내가 프리다이빙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지 않고 같이하자고 조르기만 했네. 프리다이빙은 롱핀이라는 60cm 정도 되는 기다란 핀과 스노클 그리고 마스크만으로 물아래로 깊이 들어가는 스포츠야. 스쿠버 다이빙처럼 무거운 산소통을 이고 지고 갈 필요도 없이 가볍게 수영복만 입고도 자유롭게 유영할 수 있는 게 장점이지. 동남아나 바다가 있는 여행지를 좋아한다면 한 번쯤 프리다이빙을 체험해보는걸 추천할게. 우리 부부의 일상은 프리다이빙을 알기 전과 후가 극명하게 다를 정도로 우리는 프리다이빙을 정말 사랑하게 되었거든. 구명조끼를 입고 물의 표면에만 동동 떠서 저 멀리 있는 거북이를 구경하기 보다는 거북이의 옆에서 거북이의 반짝거리는 눈을 바라보고, 정어리 떼 사이를 누비며 수영하는 느낌은 내가 우주에 떠 있는 느낌이랄까? 중력을 벗어난 또 다른 세계에 온 듯한 느낌을 느낄 수 있을 거야. 물 속 깊이 내려갔다가 올라오면서 올려다보는 하늘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이건 직접 해본 사람만 알 수 있는 광경이니까 말이야.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면 프리다이빙을 추천할게.  

24년 6월 12일

언젠가 동남아의 푸르른 바다에서 함께하는 펀다이빙을 꿈꾸며

from. 여름청춘

  

첫술에 배불렀던 거북이를 만난 영상을 살포시 공유해볼게 ! 

혹시 필리핀 세부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모알보알은 꼭 가보길 :)